"20년 뒤 다시 만나자"... 1월 1일에 선생님과 제자들이 만난 사연이 알려지며 감동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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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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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뒤 오늘 학교 운동장에서 다시 만나자”라고 약속한 선생님과 제자들이 실제로 올해 1월 1일 만난 사연이 알려지며 감동의 눈물로 뒤덮혔다.

선생님은 제자들을 비롯해 젊은 세대에게 “살아보니 꼭 뭐가 되는 게 중요하지 않다. 재밌게 사는 게 중요하다”라고 당부했다. 20년 만에 제자들과 만난 이장규 전남 용방초등학교 교장은 “대부분의 제자들이 여전히 밝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 뿌듯하고 안도하는 마음이 들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20년 만에 만난 제자 가운데 ‘선생님이 기대했던 제자가 못 돼 죄송하다’며 자신이 꿈꾸던 직업을 이루지 못한 이유를 구구절절 문자로 보낸 친구가 있었다”며 “아직 인생 많이 남았고, 살아 보니 꼭 뭐가 되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 그때그때 재밌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 줬다”라고 했다. 2004년 전남 영암초등학교 6학년 2반 담임교사이던 이 씨는 2005년 1월 졸업식 날 제자들에게 “20년 뒤인 2024년 1월 1일 오후 1시 영암초 운동장에서 만나자”라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35명 중 절반이 넘는 18명이나 운동장에 나와 너무 비현실적이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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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하는 빈말로 남을 뻔한 약속을 기억해 낸 제자들은 약속한 날을 사흘 앞둔 지난해 12월 29일 이 씨 블로그 문을 두드렸다. 제자 ㄱ씨가 “20년 뒤 만나자고 하신 약속을 기억하냐, 꼭 뵙고 싶다”라고 댓글을 달자, 다른 동급생들도 “감사한 게 많아 꼭 찾아뵙고 싶었다”, “저도 찾아갑니다”며 호응했다.

이 씨는 “그동안 발행한 학급문집을 다시 보니 ‘밀레니얼’ 열풍이 불었던 2000년 전후 딱 세 해에만 ‘20년 뒤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문집에 넣었다”면서, “3년 전쯤 폐교한 학교 운동장에 혹시나 싶어 가 보니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35명 중 절반이 넘는 18명이나 운동장에 나와 너무 비현실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제자들이 건넨 인사 중 ‘하나도 늙지 않았다’, ‘우리를 이렇게 다시 모이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웃었다.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아 쓴 롤링 페이퍼를 교환한 뒤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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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구례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공모 교장으로 있다가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여서 3월부터 다시 선생님으로 돌아갈 생각이다"라며 근황을 전했다. 그는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제자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추억을 곱씹기도 했다. 제자들은 서로 조금씩 모아 마련한 작은 선물과 롤링 페이퍼, 카네이션을 이 씨에게 전달해 감동을 자아냈다.

식사를 마친 교사와 제자들은 카페로 이동해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아 쓴 롤링 페이퍼를 교환한 뒤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뜻깊은 재회 장면을 영상으로 담은 A 씨는 "20년 후에 만나자. 그때까지 살아있자 이 약속 있지 않고 지켜온 선생님과 친구들. 덕분에 2024년 새해에 동화 같은 일을 경험했다. 20년 전에 묻어뒀던 보물을 찾은 듯한 느낌에 아직도 가슴이 벅차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누리꾼들은 "감동이다", "나도 졸업할 때 약속했었는데 사정상 가지 못하고 연락도 다 끊겨서 모였는지 알 수 없어 너무 궁금하다", "눈물 난다", "나도 3년만 더 있으면 약속한 날인데 꼭 가야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A씨도 이날 만남 뒤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소감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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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A씨도 이날 만남 뒤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소감를 전했다. 그는 "저마다의 20년을 어찌 늙은 스승이 다 헤아릴 수 있겠냐만 누구나 최선의 20년이었음을 의심치 않는다"며 "오늘이 새로운 20년을 견디며 나아가게 할 힘이 되어줄 것이다. 멋진 제자들! 와줘서 고마웠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다음에 또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살자"며 "그때는 한 잔 하면 더 좋겠다. 난 행복한 선생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이뉴스 / 노영묵 기자]

노영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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